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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1단지 어디로]①'10조 주사위' 던져졌다

  • 2017.09.12(화) 17:14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 'GS vs 현대' 빅매치
양사 모두 설계특화, 사업비 지원 등 파격조건

사상 최대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를 가리는 싸움이 시작됐다. 올해로 준공 43년째를 맞은 반포 주공1단지가 그 격전지다. 동작대교와 반포대교 사이 한강변 가장 넓은 부지에 자리잡은 이 저층 노후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을 거쳐 최고 35층, 약 5400가구의 매머드급 단지로 다시 태어난다. 건설업계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수주전을 집중 조명한다.[편집자]

 

재건축이 뜨겁다지만 그 와중에서도 사상 최대급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얘기다. 이 곳엔 1974년 준공한 5층짜리 주공아파트 66개동에 2090가구가 들어서 있다. 재건축을 마치게 되는 2023년께는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5388가구 규모 단지로 변모한다.

 

반포1단지 재건축은 공사비만 약 2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단지 규모는 송파구 '가락시영' 재건축 '헬리오시티'(9510가구),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1만1106가구)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공사비는 헬리오시티(1조9186억원)를 훌쩍 넘어 둔촌주공(2조6708억)과 비슷한 정도다. 이주비·사업비·중도금대출 등을 모두 합친 금액이나 매출 규모로 따지면 10조원에 육박한다.

 

반포본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단지 자체 규모도 크지만 한강변에 자리잡은 데다, 현재 조합원 보유주택 대부분이 한 채 당 20억~30억원에 육박하는 중대형으로만 구성돼 있다보니 전체 사업비 규모가 국내 주택사업에서는 보기 드문 수준이 됐다"며 "건설사로서는 '랜드마크'로 삼을 수 있는 천혜의 입지에 자신의 브랜드를 심을 수 있다는 게 놓칠 수 없는 매력일 것"이라고 말했다.

 

 

◇ "초과이익환수 피하자"..사업추진 급물살

 

반포주공 1단지는 지난 6월 서울시 건축심의를 조건부 통과했다. 조합은 오래 전부터 지상 최고 50층 높이 재건축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서울시 기준에 맞춰 결국 최고 35층으로 층고를 낮췄다. 가능성 희박한 50층에 기대를 걸기 보단 사업속도를 높여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결과다.

 

이에 따라 이 단지는 한강 조망이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한강변은 최고 15층, 단지 안쪽 9호선 구반포역에 가까운 동은 최고 35층까지 올려 짓게 됐다. 조합은 지난달 9일 서초구청에 사업시행 인가까지 신청했고 연내 관리처분 총회 개최를 목표로 잡고 있다.

 

이 재건축 사업은 조합과 건설사가 정비사업 리스크를 나눠 갖는 '공동사업 시행' 방식으로 이뤄진다. 조합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짜낸 방책이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건축심의 후 바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빠르게 시공사 선정에 나설 수 있게된 배경이다.

 

특히 관리처분 등의 행정절차에 걸리는 시간도 시공사로 나서는 대형 건설사의 전문성으로 단축할 수 있다. 한 조합원은 "내년부터 시행이 재개되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가 이 단지에 적용될 경우 조합원 1명당 3억~7억원의 재건축 부담금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했다. 사업이 서둘러진 이유다.

 

 

◇ '디에이치'냐 '자이'냐..빅매치 성사

 

초대형 사업임에도 조합은 건설사간의 컨소시엄 구성을 허락하지 않았다. 개별 건설사가 단독으로 수주 경쟁에 참여해 조합원들의 이익을 가장 많이 배려한 조건을 제시하라고 못박은 것이다. 이 조합 관계자는 "경쟁사끼리 손을 맞잡고 들어와 사업에서 이익을 확보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도급 방식 재건축 사업의 경우 조합원이 시공사를 선택하는 가장 큰 기준은 공사비다. 얼마나 싼 값에 새 집을 지어주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공동시행 방식이라 공사비가 3.3㎡당 542만원으로 이미 기준이 잡혀 있다. 이를 감안한 전체 공사비가 2조6500억원이다. 핵심은 정해진 비용으로 얼마나 좋은 설계와 조건을 조합원들에게 제시하느냐다.

 

통상 강남권 재건축 입찰보증금은 많아야 150억원 수준이지만 조합은 이 역시 1500억원으로 높여 제시했다.  그만한 자신감, 또 자금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만 들어오라는 것이다.

 

결국 지난 4일 마감한 시공사 입찰에는 GS건설과 현대건설만이 참여했다. GS건설은 지난달 31일 가장 먼저 입찰제안서를 제출했고, 곧이어 입찰한 현대건설은 1500억원에 달하는 입찰보증금을 즉납해 자금력을 내세웠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클래스트', GS건설은 '자이 프레지던스'라는 이름을 반드시 이 단지에 심겠다는 각오다.

 

눈치 보던 다른 건설사들은 마지막에 발을 뺐다. 수주 실패시 날리게 되는 설계비용이나 입찰보증금 금융비용 등 부담 때문이다. 일단 발을 들인 두 회사 역시 매몰비용을 생각하면 이번 수주전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조합은 이달 중 합동설명회를 가진 후 오는 27일 총회 조합원 표결을 통해 최종적으로 시공사를 가린다.

 

시공비용 2조7000억원은 수위급 대형건설사의 한 해 정비사업수주 규모다. GS건설 경우 작년 재건축·재개발 수주 총액이 2조3973억원이었다. 현대건설, GS건설 모두 이번 한 판으로 '한 해 장사'를 해결할 수 있다. 압구정지구 등 향후 강남권 재건축 사업 추가수주를 위해서도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이력을 쌓는 게 절실하다.

 

◇ "손실도 감수한다" 과열 경쟁 우려도 
   

▲ 반포주공 1단지 일대 전경/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그래서 두 건설사 모두 '올인'이다. GS건설은 이 단지 수주를 위해 오래 공들였다. 일정이 겹친 '서초 신동아 '등 다른 수주전에서는 아예 발을 뺐다. 현대건설은 한강변에 첫 재건축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그래야 향후 '압구정 현대' 재건축을 다른 건설사에 뺏기는 수모를 당하지 않는다.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두 건설사 노력은 과열 우려까지 낳고 있다. 둘 모두 조합원들이 원하는 경우 건설사로서 공사비 확보가 용이한 선분양보다 후분양제 방식을 택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자체 조달한 자금으로 공사를 80%이상 진행한 뒤 분양보증 제한이나,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를 받지 않고 분양해 조합원들의 이익을 최대로 끌어올려 주겠다는 의미다.

 

현대건설은 향후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돼 조합원 일반분양 금액 손실이 생기면 자사가 떠안겠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조합이 계획한 것보다 일반분양가가 낮게 매겨지면 줄어드는 분양 수입은 건설사 측에서 보전한다는 의미다. 이 건설사는 선분양 방식 일반분양 때 미분양이 발생하면 분양가격 그대로 인수한다는 조건까지 제시했다.

   

GS건설이 내세운 조건 중 눈에 띄는 것은 반포주공1단지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분 등 73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공유지 매입 비용을 무상으로 하겠다고 조합에 약속한 것이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평균 3억원 가량의 사업비를 절약하게 해주는 카드다. 현재 LH는 이 부분에 대해 권리관계 분석에 나선 상태다. GS건설은 무상 취득이 어려우면 자사가 부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단지서는 가구당 7000만원의 이사비 공짜로 준다거나, 교육영향평가를 통과해 초과이익환수를 피할 수 있도록 주변 교육여건 개선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대겠다는 등 다른 단지에서는 보지 못한 파격 공약도 유독 많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과열경쟁에 따른 조합원 퍼주기식 조건 제시가 회사 재정에 부담을 주고, 또 다른 지역 조합 눈높이만 올리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서울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조감도 비교(위: GS건설, 아래: 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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